스님들 사이에서 불교적인 내용으로 유명한 마도카 마기카
- 2012/07/0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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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와 할아버지의 죽음
by 아오에 미치코 (일본의 유명 스님의 아내분)
남편이 권유를 받았다며 그로선 드물게도 애니메이션 DVD를 빌려왔습니다. 그것은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스포일러가 되니 자세히는 쓰지 않겠습니다만, 스토리 설정이 매우 불교적이고 보면 볼수록 그 세계관에 끌리게 된다며 동료 스님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유명세를 자랑하던 작품입니다.
라고는 해도, 애니메이선을 보지 않는 저로서는 그다지 보기 쉬운 물건이라고 하긴 힘들어 '그렇다곤 해도 일단 3화까지만 참고 보면 더 이상 눈을 떨 수 없게 된다'라는 소문에 의지해, 어떻게 노력해서 3화까지 보았습니다. 확실히 다음 전개가 신경쓰여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서부터 단숨에 최종화까지 다 빌려서 순식간에 다 시청해 버렸습니다.
이야기 중, "어째서 인간은 그렇게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에 집착하는 거야?" 라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영혼은 몸에서 떨어져서 살아가고 있는데 (라는 설정), 죽어서 육체가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린 것에 대해 깊게 절망하던 인간에게 인간이 아닌 캐릭터가 던지는 말입니다.
그 대사를 들었을 땐, "과연 불교적인 물음이구나" 라고 확실히 느꼈습니다.
그런데 실은 저번 주 친정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91세라 몸이 약해지긴 하셨습니다만 굉장히 밝고 유머러스한 분이라 누구나 다 사랑하던 할아버지셨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열 때문에 입원해서 며칠 뒤 의사에게서 "만날 분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라고 말할 상황이 되어 연락을 받은 저는 아이들과 같이 급히 친정으로 갔습니다. 병원에 가니 예상과 달리 할아버지는 건강하게, 체력이 떨어져 있는데도 이런 걸 먹는 건 15일 만이다 라고 웃으면서 얼음을 입에 머금을 정도로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을 듣긴 했지만 전혀 현실감이 없어서 우리들은 그날 다시 도쿄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 소식을 들은 근 그 이듬날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죽음은 정말로 갑자기라, 장남인 아버지도, 아버지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바로 철야, 장례식, 절의나 장의사 등의 절차를 거치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친척이나 이웃 분의 대응 같은 짧은 시간에 해야할 일이 아주 많았습니다. 앗 하는 사이에 시간이 지나 장례식은 끝나고 관이나 꽃이나 추억의 물건을 넣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자매도 손자인 나의 사촌여동생 들도 웃는 듯이 보이는 할아버지를 앞에 두고 슬픔과 쓸쓸함을 견딜 수 없어서 눈을 쏟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출관. 다비를 하고 할아버지는 드디어 뼈가 되었습니다.
어라? 라고 생각한 건 그때입니다.
아까까지 눈물을 쏟던 가족이 할아버지의 뼈를 두고는 상쾌한 웃는 얼굴인 것입니다. 슬프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까와 완전히 다르게 뭔가 넘긴 듯한 밝고 상쾌한 표정이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문득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가 생각났습니다.
익숙해진 할아버지의 육체를 눈으로 보고 있을 때는 그 죽음을 현실로 받아넘기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뼈가 되자, 이별의 괴로움에서 밝게 해방되는 걸지도 모릅니다. 물론 누구도 할아버지의 육체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친하게 지내온 추억, 몇 십년동안의 기억을 그리워하며 그것을 더이상 쌓아갈 수 없다는 것이 슬플 뿐이지 육체가 있냐 없냐는 문제가 안 될 것입니다. 애니메의 캐릭터가 말한대로 인간은 육체를 혼이 있는 곳으로서 붙들고 그것을 깃들어 있는 육체를 태우는 것으로 고인의 혼을 해방하고 스스로의 이별의 아픔에서 해방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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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우리나라 스님처럼 하드코어 수도승은 아니고 뭔가 절 관리인같은 애들임
아니, 인세를 구하기 위해 힘쓰니까 보살인가?
뭐, 뭐든 해석하기 나름이니깐요~
작품의 해석이라는게 원래 감성이나 이론에 끼워맞추기라지만 중요하지만 소도구같은 거에 너무 많은 노력을 한 느낌이.....
마미가 귀여운 애니
자, 이뤄줘. 제육천마왕!
그럼 이만......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드네...
대처승은 결혼이 가능한 스님이고 주로 일본에 많이 있지요. 한국에는 거의 없습니다.
일반 스님은 결혼이 불가능한 스님이고, 한국에 주로 많이 있습니다. 일본에도 있긴 있는데 극소수입니다.
뭐 저는 육체와 영혼의 관계로 보진 않았지만...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마마마에 담겨있다고 봤는데... 육체와 영혼의 관계...도 색즉시공 공즉시색 안에 들어있는 거겠지요. 뭐.
이 모든 객체적 대상의 특질들의 비어 있는 상은,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고, 늘어 나지도 않고, 줄어 들지도 않느니라.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불증불감)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마미가 머리가 따였다고 해서 사야카가 원환의 섭리에 끌려갔다 해서 마도카가 신이 되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느니라.
하나가 모두요 모두가 하나요 존재하는 것이 없는 거요 없는 것이 존재하는 것.....
육체를 우리들은 어느 특정한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실은 그것은 광범한 우주의 연계 위에서 아주 잠깐동안 대상으로서 나타나는 것일 뿐이며, 육체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이미 그것은 육체가 아닌 다른 것으로 변하는 것이므로 그 육체를 대상으로 생각하고 언제까지나 집착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마미타불.
마미타블.
http://typemoon.net/bbs/board.php?bo_table=review&wr_id=100989
해몽 : 불교 애니
이러한 떡밥이 공론화(물론 소수에 한정되지만)되는 사회라는 점이 또한 신기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재미가 있긴 있네요...
사족입니다만, 우리나라도 온라인게임에 종교적비유로 재밌게 이야기하는 분이 계시려는 지 모르겠네요...
온라인 게임이라면 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덤으로 유부녀의 계략(;;;)
특히 우리나라 개신교와는 아예 궤가 다르죠...
신이 자기를 믿지 않는다고 지옥으로 보내는 종교와는 확실히 다르죠.
신이 자신을 믿지 않아도 모두 구원해 주는 것이라서 말이죠...
물론 마법소녀 한정이지만...